도박중독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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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일기

7번째 화낸일기 - 가족과의 감정관계

김여사의삶 2019. 8. 27. 07:38

지난주 토요일 아침-

4살 아들이 아침일찍 눈을 뜨자마자 샌드위치 만들기를 하자는 요청을 했다. 그러자며 아침 운동을 하고 나서 샤워 후 요리활동을 시작했다. 

그 사이 정선생은 잠에서 깼지만 뒤 돌아누운 채로 핸드폰 삼매경이었다.

 

먹고 자고 일어나는 것에 관여하지 말자는 마음을 다시 한번 먹고, 아들과 샌드위치 만들기를 시작했다.

몸은 아들과 요리를 하고 있었지만 내면에는..' 남이 어떻게 사는지 들여다 볼 시간에, 자기 아들 크는거나 신경쓰지..' 하는 질타의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친정엄마가 도와주셔서 보다 수월하게 샌드위치 만들기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아들이 자꾸 고집을 피운다.

안될것이라고 일러주어도 꼭 자기가 해보겠단다.

되는것도 안되는 것도 스스로 경험 해 볼 수 있도록 그냥 두어야 하는데, 이 역시 내가 변화해야 하는 육아 습관 중 하나이다.  그냥 그러라고 내버려 두었어야 했는데 이론과 실제는 참 달랐다.

 

 

결국 아들은 떼를 부리다 못해 나를 때렸다.

때리는 것은 나쁜 행동이라며 결과에 대한 나무람만 했다.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에 대한 공감이나 위로, 그리고 이러이러 하자는 설득을 하지 못했다.

연이어 두번째 손바닥이 나에게 날라왔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아이 머리를 툭 하고 한대 때렸다.

아들이 놀라 나를 바라보며 더 크게 소리내서 운다.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엄마 나빠! 엄마가 나 때렸어!" 라며 우는 아들.

 

순간.. 너도 맞으면 아프지 않느냐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내 뱉으며, 내 행동에 정당성을 찾기 위해 발악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친정엄마..

 

"맨~날 책 보고, 성당 다니고 하면 뭐하니?"

 

그 소리에 더 화가 치솟았다.

'왜 우리 엄마는 나에게 저런식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실까. 그렇게 노력해도 화 조절이 저렇게 힘들구나... 라고 왜 생각해 주지는 못하실까.' 하는 생각에 엄마가 밉고 또 그런 내가 불쌍했다.

 

자기연민..

나 역시 아들의 마음은 몰라주고 강압적으로 표현하고 질책하면서, 나는 이해받길 바라고 사랑받기를 바라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울고 있는 아들을 앉혀 놓고 때리는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엄마도 때려서 미안하다고 앞으로 서로 그러지 말자는 이야기를 했고, 아이의 울음 소리와 다그치는 소리에 정선생이 그제서야 방문을 열고 나온다. 치과를 가겠다며 나가는 정선생.

아들과 나는 다시 샌드위치 만들기를 했다.

 

그렇게 식사 시간이 흘러 지나갔다. 할머니댁에 가야 할 일이 있어 가족 모두 함께 가기로 했던 것이 취소되어 나만 이동을 했다. 

그런데 그 화가 다 풀어지지 못했는지, 나를 보자 마자 살을 너무 빼서 말라서 못보겠다고, 왜 이리 자주 안오느냐고, 엄마는 왜 같이 안왔느냐며 호통치는 할머니까지 감당이 안되었다. 결국 왜 내게 그러느냐며, 엄마와 할머니 두 분이서 알아서 하셔야 할 일을 왜 내게 이렇니 저렇니 하시는건지 모르겠다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자식과 손주들이 주는 용돈으로 살아 가고 있다며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길래 왜 할머니는 바라기만 하느냐며 아빠 돌아가시고 나서 어린 우리 자랄 때 잘 살고 있는지 집에 한번 와 보시기라도 했느냐고 되려 큰 소리를 쳤다.

 

내 나름 아들과 친정엄마와 정선생에게 벗어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할머니의 버럭은 정말 예상 밖이었다.

맞받아서 버럭 화를 냈더니 할머니도 놀라셨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무슨 일이 있었느냐 물어 보신다.

 

나도 그 사이 커피 한 잔을 들이키고는 하루하루에 살자를 읽었었다.

'여유있게 하자..'

아침에 아들을 때렸고, 엄마랑 싸웠고.. 그래서 힘들어서 그랬노라고.. 할머니께 사과를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게도 성장하며 생긴 곪아서 썩고 있는 많은 문제가 있다.

아빠가 어린 나이에 돌아가셨고, 엄마는 난치병에 걸려 생사를 오가셨고..

맞이로 자라오면서 엄마도 홀로 두 아이들을 키우느라 고생하셨다.

그렇게 자라가는 중에 나는 엄마의 감정쓰레기통이 되었던 것 같다.

엄마는 늘 할머니에 대한 원망, 시댁 식구들에 대한 불만,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에 대한 불만들을 내게 쏟아 부었다.

나는 엄마가 힘들게 우리를 키워 내신 것에 대한 존경이 있지만, 나 역시 머리가 크고 아이 엄마가 되어보니 엄마의 행동이 잘못된 자식 교육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tv 뉴스를 보면서, 친구들과의 전화 통화를 끊으면서, 모임을 다녀오면서도- 엄마는 그 대상을 헐뜯는데 온 에너지를 쏟아 내고 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엄마가 되고 난 후부터 나나 동생을 야단치면, 엄마가 우리를 잘못 키워 그렇노라며 하면 안되는 말까지 했다.

 

내가 아이에게 잘못된 표현과 행동을 할 때마다-

나는 ' 내가 엄마에게 저런 것들을 보고 배웠기 때문이구나'하는 엄마 탓을 하기 시작했다.

화를 내는 것은 정선생의 도박 탓이고, 화를 내는 방식이 잘못 된 것은 엄마의 영향이구나. 라는 남탓을 자꾸만 했다.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수가 없었다.

 

 

이번 7번째 화낸 일기를 작성하면서 정리를 해보면... 각 가족들의 복잡하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얽혀 있던 내면의 문제들이 하나씩 수면위로 올라 왔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선생이 핸드폰을 보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나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그것이 마음에 남아 있어 생활 전반이 모두 흔들리는 듯 하다.

저 사람은 저 사람이고, 나는 나의 생활을 하면 분리하면 되는데- 아직도 핸드폰을 쥐고 몰입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도박할 때가 여지없이 떠오르고, 그 모습을 보는 것이 괴롭다.

이젠 단도박을 잘 하고 있어 보여서 사실 도박을 할까...? 하는 불안감이 큰 것은 아니지만, 쓸 데 없는 곳에 시간을 허비하며 살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거슬린다.

핸드폰 너머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서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시시콜콜한 가십거리를 찾아 즐기는 것이 가족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 가려는 것보다 더 우선되어 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든 것이다.

 

 

 

내가 엄마가 되어 갈수록 엄마와의 감정골이 자꾸 깊어진다.

엄마는 언젠가부터 점점 더 부정적인 사람이 되어 갔고 나는 엄마 답지 못한 엄마의 모습이 점점 싫어졌다.

자꾸만 남의 험담을 내게 쏟아 내는 것이 감당이 되지 않아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이상 그러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했다.

엄마와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다.

사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엄마의 불만과 험담들로 인해서 힘들었고, 어느정도 생활 전반에 있는 관계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이해하겠으나 가급적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엄마가 심어주는 주변 사람들의 이미지 때문에 나는 그 대상을 그대로 바라 볼 수 없었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게 된다고-

엄마가 쏟아낸 불만 불평들이 내게 오면, 나 역시 그것을 감당할 만큼 마음이 온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들에게 모두 건너 가고 있는 상황이니 이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딸의 요청에 엄마는 그럼 아예 말을 하지 않겠다 하신다. 이렇게 받아치는 엄마의 모습이 나는 또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저 모습이 내모습이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 두려웠다.

엄마는 딸이 하는 말에 공감도 없었고, 위로도 없었다. 마냥 화가 나시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는 듯 눈물이 맺혀 가시만 더 뾰족하게 세우셨다. 이렇게 밖에 대처 하지 못하는 엄마가 안쓰럽기도 했다.

하루 시간이 지나고 병원을 다녀 오시고는 의사가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 했다는 말로 언포를 놓으신다. 당신을 더 이상 힘들게 하지 말라는 방어적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고민중이다.

이 감정의 골을 함께 살며 자꾸 부딪혀가며 서로 찌르고 있는 가시들을 빼 낼 것인가.

아니면 그냥 도망칠 것인가.

 

 

 

나는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며, 어떤 딸이 되어야 하며, 어떤 아내가 되어야 하며

또 어떤 나가 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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