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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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박모임 10년이라는 시간, 1000회차라는 횟수..

김여사의삶 2023. 12. 12. 13:31

 

지난 일요일 10년 잔치는 아침부터 갈까 말까를 망설였다.
지난 금요일부터 공부하고 있는 사이버대학의  교과시험이 시작되었고, 하루에 한 과목씩 시험을 치기에도 빠듯했다.
일요일  두 과목을 치겠다고 다짐했던 날이다. 막상 남편이 아이들을 토요일 단도박모임 참석 전에 시댁에 데려 놓고 오기도 했고- 일요일은 자기가 아이들을 돌보겠다고도 해주었다. 그럼 오롯이 공부 할 시간이 생기니 두 과목 시험과 리포트를 제출하리라고 계획하고 있었다.
그리고 함께 아침 미사를 참석했다. 오늘은 다른지역에서 오신 신부님께서 강론을 해주셨다.



1. 온 몸을 도끼처럼 살자.
2. 믿는대로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는 대로 믿게 된다.
3. 처지가 아니라 의지다. 시련을 이겨내야 한다. 탓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지극정성으로 해야 한다. 설렁설렁해서는 안된다.
하늘을 감동시킬 수 있을 만큼 지극정성으로 해야 하늘이 감동하기 전 내가 먼저 감동하는 것이다.


미사가 끝나가는데 자꾸 눈물이 났다. 사랑을 기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사랑이 충만해지기를, 그래서 그 사랑의 시선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기를.. 그렇게 기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미사가 끝나고 나서는 남편에게 나는 오늘 잔치를 가야겠다고 말했다.
9년 잔치 때도 못 가봐서 죄송하다고 전화를 드렸던 기억이 났다. 10년 잔치도 또 못 가겠다고 전화를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불현듯.. '이게 아닌데.' 싶었다.
내게 시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 10년 잔치였다.
성적 몇 점 더 잘 받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게 더 큰 성장을 주는 기회가 분명했다. 
내 스스로 믿는 대로 사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위대하신 힘이 내게 말한 대로 행동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다시금 주셨다.

잔치시작 시간보다 1시간이 넘게 일찍 도착했다.
마침 잔치 당사자 두 분이 물걸레 청소를 하고 계셔서 잔치 준비를 조금 도와드리고, 여사님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 그동안 궁금했던 여사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여사님의 말씀 한 두 마디부터 자꾸 눈물이 나서 눈물을 닦으며 이야기를 들었다.
여사님의 고통에 공감이 되어 눈물이 났다가, 또 한편으로는 묵묵히 아이와 함께 선생님의 부재했던 시간을 견뎌오셨을 그 아픈 마음과 고통에 우리 가족은 득을 보고 있었던 탓에 죄송한 마음이 자꾸만 커져갔다.
고맙고도 죄송한 마음에 고개를 들 수 없었고.. 자꾸만 감사했다.
10년이라는 시간을 나도 살고 남도 살리자고 다니셨을 선생님, 그 시간을 아픈 자신과 아이를 끌어안고 힘겨워했을 여사님.. 어떻게 감정을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만 연신 말하고 왔는데.. '감사합니다 '밑에는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마음이 더 진하게 깔려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자꾸만 연이어 눈물이 난다.
오늘의 우리 가족은 많은 이들의 눈물과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지난주 일요일은 10년 잔치가 있었고, 다음 주는 우리 모임 1000회 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10년, 20년이 훨씬 넘는 시간을 한국 단도박모임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계신 협심자 선생님들과 여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이 든다. 나 역시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보자고 다시금 마음을 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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