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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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단도박가족모임 3년잔치 소감문

김여사의삶 2023. 11. 21. 14:30

6년잔치 소감문을 쓰기에 앞서..
100일잔치, 1년, 2년, 연수소감문, 5년잔치 소감문은 있는데 3년잔치 4년잔치 소감문이 없어 찾아와 기록으로 남겨본다.
4년잔치는 코로나의 영향이 극 닿인 상황이라 따로 하지 않고 넘어갔고-
3년잔치는 2020년, 온라인 줌으로 진행을 했었다.

 

[2020년 12월 3년잔치 소감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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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서 오프라인으로 회합을 하던 것이 온라인으로 바뀐 지 벌써 몇 달이 지났네요​

​매주 토요일 저녁 ​여사님, 선생님과 함께 얼굴 뵙고 차 나눠 마시며 회합을 하던 것이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지를 코로나19를 겪으며 절실히 깨닫습니다. 따뜻하게 잠들 수 있는 잠자리, 목마를 때 마실 수 있는 물 한 잔, 다급할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들, 아빠의 퇴근에 "다녀오셨습니까!" 하는 아이의 웃음 섞인 목소리.. 아침에 눈 떠 잠이 들 때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누리고 있는 것들,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살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대는 지금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진다고들 합니다.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지금을 돌이켜보니 저희 가족의 도박문제도 이와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도박중독 이전과 이후의 삶이 있는 것이지요.
도박문제가 저희 가족의 일상을 덮쳤을 때 처음에는 당혹스러웠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했었습니다. 괴롭고 힘든 시기가 계속되었지만 그것도 1년, 2년 해가 지나니 도박으로 반복되는 고통도 익숙해졌던 것 같습니다. 마치 우리가 지금 코로나에 적응해 가는 것처럼 말이죠. 과거를 그리워하며 일상을 그날로 되돌리려고 부단히도 악을 썼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늘 스스로 숨통을 조이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듯, 도박중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ga를 만나기 전에는 도박하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를 썼었지만. 지금은 도박중독을 거름 삼아 더 나은 오늘을 꽃피우며 살게 됨을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GA와 갬아넌을 알게 된 이후로 도박중독에서 회복하기 위해 모임에 참석하는 여사님들과 선생님들을 보고 듣고 배우며 노력해 갔습니다.그렇게 단도박의 길로 접어든 정 선생과 저의 3년 잔치.

해를 넘기긴 했지만, 도박중독에서 벗어나. 오늘은 그 일들을 겪어오며 ​지나온 자리를 뒤돌아 봅니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1. '나는 이제 안다. 돈은 먼저 쓰는 놈이 임자라는 것을.'

도박중독자 가족으로 살면서 손이 왜 그리 쪼그라드는지 매번 돈 쓰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늘 갚아야 할 돈, 나갈 돈을 계산하느라 지금 당장 천 원 한 장도 허투루 쓰지 못하며 늘 돈에 끌려다녔습니다. 늘 빚 갚는 게 1순위라 생활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스스로 어찌나 작아지고 치졸해지던지.. 돈 때문에 울컥했던 일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런데 모임에 나오니 책받침에 적혀 있더라고요. '금전 지출에 관한한 가사와 자녀 양육 및 교육을 가장 먼저 생각하십시오'라고 말이죠.
모임에 나와서도 빠르게 달라지지는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매주 듣고 말하니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 돈은 먼저 쓰는 놈이 임자다' , ' 좋은 제품 할부로 사서 일찍 쓰고 오래 쓰면 그게 남는 겁니다.' '빚내서라도 가족여행도 필요합니다' 하는 갬아넌 가족들의 말씀을 들으며 조금씩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필요한 것이 있으면 빚을 내서라도 쓰게 되더군요. 빚내서 도박했던 남편을 생각하면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에 새겼습니다. ' 먼저 쓰는 놈이 임자다. 그러니 내가 먼저 쓰자' 라구요.

 

2. '나는 이제 안다. 고통은 첫 번째 화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불교 경전 아함경에 있는 말입니다.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마라. 살면서 누구도 첫 번째 화살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스로 만들어 쏘는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은 피할 수가 있다. 고통은 첫 번째 화살만으로도 충분하다." GA 모임에 참석하면서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후회나 자책, 혹은 책망으로 오늘을 보내는 것을 멈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고통이 있다 해서 내가 그 고통이 될 필요는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는, 우리가 늘 말하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오늘을 어떻게 살아 갈지에 대한 생각으로 방향을 틀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나는 이제 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라는 것을'

처음 GA 모임을 나올 때는 남편이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만을 가지고 참석했었습니다. 샤워하면서도 도박하는 저놈만 정신 차리면 된다 싶었지요. 그래서 열심히 다녔습니다. 그랬더니 정선생이 단도박이 됩니다. 그런데 단도박하고 나니 도박이라는 문제 뒤에 가려져 있던 수많은 문젯거리들이 폭격을 가했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다녔습니다. 저 사람 바뀌라구요. 그런데 자꾸 싸움 만나고 안 바뀝니다. 그래서 싸우면서 또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깨달았지요. 그는 그저 날씨 같은 사람이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요. 비 오는 날 하늘을 보며 왜 비가 오느냐고 소리 지르고 따져봤자 제 목만 아플 뿐이지요.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 뿐이었습니다. 비 오면 우산 쓰고 비옷을 챙겨 입어야 하는 거더라고요. 남편뿐 아니라 모든 것이 다 그랬습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뿐이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그게 참 어려워요. 그래서 아직도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4. '나는 이제 안다. 체력이 인격이라는 것을'

모임을 다니면서 저를 바꾸기 위한 저의 고민은 하나씩 늘어갔습니다. '나는 왜 이리 감정 기복이 심할까. 왜 이렇게 화를 잘 낼까. 욱하는 성격은 왜 안 고쳐질까. 나는 왜 이리 말을 독하게 할까. 나는 왜 때때로 무기력 해지는가'였습니다.

경제적, 물리적, 심리적으로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여유'라는 것이 결국 '체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육체는 우리 마음의 집이라는 말이 퍽 와닿습니다. 내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게 담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모임 생활도 체력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5. '나는 이제 안다. 삶은 때로 두 번째 기회를 준다는 것을.'

도박중독에서 단도박 생활로 접어들 수 있게 해준 GA를 만난 것이 두 번째 기회입니다. 위대하신 힘께서 이끌어 주셨지요. 그런데 그 기회의 연장선에 제게는 육아도 포함이 되어 있었나 봅니다. 작년 9월 1일 너무나 사랑스러운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사실 첫째의 출산부터 3살이 될 때까지 정 선생의 도박으로 저는 늘 눈물바람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웃는 아이를 보면서 저는 울고만 있었지요. 잘 키우고 싶은데, 잘해주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늘 미안했고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 괴로웠습니다. 행복으로 가득해야 할 육아가 그렇지 못했기에 제게 두 번째 기회를 주신 것 같습니다. 아기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복된 일인지 느껴보라고 하듯 말이지요. 둘째를 낳고 보니 아기가 얼마나 이쁘고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아기의 미소를 보는 것이 얼마나 복된 것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6. '나는 이제 안다.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정 선생이 도박을 하지 않았다면 GA를 만나는 기적도 둘째를 만나는 축복도 없었을 겁니다. 그렇기에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하더라도 저는 정 선생의 도박을 막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이 행복하기 때문에 과거의 도박문제를 떠올려도 그것이 삶의 밑거름으로 작용됩니다. 만약 지금이 불행하고 고통 속에 있었다면 과거의 도박문제 역시 우울하고 슬프고 화가 나는 일이 되었겠지요. 인생의 좋은가 나쁜가 하는 문제는 과거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 과거를 정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참 좋게 살아야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지요.

 

7. '나는 이제 안다. 모임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을'

모임을 통해 생각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토닥이며 공감하는 그 시간이 치유의 시간이며 나를 사랑하는 시간입니다. 타지역 모임을 참석하기 위해 오고 가는 이동시간, 2차 주제를 받고 회합을 참석하기 전까지 생각하는 시간, 회합이 끝나고 난 후에도 정 선생과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간 역시 성장하는 시간입니다. 처음 초심자 때는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인데 선행 협심자 여사님들께서 강압적으로 모임 참석을 권유하셔서 체력적으로 버거웠습니다. '새로운 초심자가 오면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했었는데, 저 역시 모임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등 떠미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회합이 주는 회복의 힘, 성장의 힘이 강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단도박을 이끌고 있는 힘. 나를 변화시키는 힘. 나를 사랑할 수 있는 힘. 감사하며 살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곳이니 어찌 등 떠밀지 않을 수 있을까요.

 

8. '나는 이제 안다. 이 모든 것이 위대하신 힘의 은총이라는 것을.'

초심자 때 제가 울면서 그랬었습니다.'신이 있다면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내가 전생에 무슨 큰 죄를 지었는지.'라며 눈물을 흘리며 다짜고짜 따져 물었지요. 그때는 신이 있기는 한 거냐며 마음으로 삿대질도 수없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이 위대하신 힘의 은총이라 생각됩니다. 정 선생의 도박으로 맷집이 커져 사소한 일에 마음 쓰지 않고 살 수 있게 되었고, 좋은 사람들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튼튼한 울타리를 갖게 되었고, 나를 사랑하며 성장시키며 살 수 있게 되었고, 아이를 행복하게 둘이나 키울 수 있게 되었고, 돈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쓰면서 살 수 있게 되었고, 감사하면서 살 수 있게 되었고,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오늘을 생각하며 살 수 있게 되었고, 위대하신 힘을 믿으며 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죠.

 

마지막으로 정 선생님. 열심히 도박해 줘서 고맙고, 또 더 열심히 단 도박해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단도박 잘 부탁합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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