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단도박모임, 도박중독자만 나가면 되는것 아닌가요? 가족이 왜 나가야 하나요? 본문

이야기

단도박모임, 도박중독자만 나가면 되는것 아닌가요? 가족이 왜 나가야 하나요?

김여사의삶 2025. 11. 15. 16:58

도박문제로 자조모임인 GA를 참석하게 되면 두 개의 모임을 만나게 된다.
도박중독자들이 참석하는 단도박모임 G.A
도박중독자 가족들이 참여하는 단도박가족모임 Gam-Anon
처음 남편의 도박문제로 GA모임을 찾았을 때 가족도 함께 꾸준히 나오라는 이야기에 어안이 벙벙했었던 기억이 있다.
아직 기저귀를 차고 있는 아들을 안고 그 추운 겨울밤, 지속해서 주말마다 나오라는 이야기는 이미 이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내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안 그래도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여기가 마지막이다'라고 선택한 이 모임이 내게 '또 다른 시작'을 예고하니 기가 찰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음 주에 또 발걸음을 옮긴 이유는 남편의 도박문제를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던 내게 곪아터져 나오는 염증을 조금이라도 분출해 낼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남편을 욕하고 울었다. 다음 주도 그다음 주도 그렇게 '지금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 ' 어떤 빚을 먼저 갚아야 할까요?' , '죽을 것 같이 괴로운 마음이 자꾸 들어서 화가 납니다' , '남편이 미워서 아이에게 자꾸 짜증을 내요'. '핸드폰을 보고 있는 모습만 봐도 화가 치밀어 올라요.'. '내가 왜 그렇게 까지 해야 하는 건가요?' 재정적인 문제와 감정과 심리에 관련된 내용을 비롯하여 육아와 가족 간의 갈등을 다루는 문제들까지- 억울함과 분노를 쏟아내며 다녔다.
그렇게 참석하고 또 참석하며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고 말하고 그리고 협심자 선생님들과도 함께 나누며 중독자와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도박중독자를 가족으로 두고 함께 살아가게 된다면, 일반적인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삶을 살아갈 수가 없다.
아니 살아갈 수야 있겠지만 중독자와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끝없는 불협화음은 물론 지속되는 재정적 문제와 더불어 심리적 갈등으로 평온한 삶을 살아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중독자와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라도 가족은 꾸준하게 참석하여 듣고 보고 배워야 한다.

초반에 가족모임에 오게 되면 의존증에 대한 내용을 들으며 지속해서 고민하게 되는데,
'중독자와 분리하라'라는 것을 자칫 자신만의 해석으로  '중독 당사자 혼자 의지력을 가지고 단도박모임에 참석하라'라는 식으로 해석하여 가족모임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모임에 발길을 끊는 가족분들이 계신다.
'나는 내 삶을 살아갈 거야. 중독은 네 문제니까 네가 알아서 해' 라며- 
도박중독의 문제로 중독센터나 병원, 자조모임의 문을 두드렸다는 것은 중독자의 병환이 심각하다는 뜻이고 그로 인하여 가족병도 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도박중독자 가족 역시 심적으로 안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급하게 결정하는 판단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초심자 가족들은 중독자에게도 쉽게 휘둘리기 때문에 중요한 결정은 여유를 두고 결정할 것을 권한다.
모임에 참석하여 의견을 묻고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들을 통하여 자신만의 생각을 다시 재정립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씀드린다.
가족도 가족병이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데 '도박은 저 사람이 했는데 내가 무슨 병이 있느냐'라고 되묻는 것이 보통이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도박중독은 중독자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들도 함께 병이 깊어지는 가족공동의 문제다.
그렇기에 지속해서 도박중독자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단도박가족모임에 꾸준하게 참석하라는 이유는 사람이 변화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회복 12단계를 실천하기 위함이고,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다 보면 처음에는 남편의 단도박을 위하여 나오던 모임이 내 마음을 위로받고 공감하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인생공부의 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어쩌다 도박중독이라는 파도에 휩쓸리게 되었다.
그러나 단도박모임과 단도박가족모임에 꾸준하게 참석한다면
그 파도에 휩쓸려 떠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타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된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