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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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스님의 주례사> 中 , '무지, 만병의 근원'

김여사의삶 2025. 1. 9. 00:57

남편의 도박으로 단도박모임에 참석하기 이전의 나는 독서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대학 졸업반 고시공부 하던 시절, 한동안 책에 흠뻑 빠져서  1~2주 만에 열댓 권의 책을 미친 듯이 읽었던 적도 있긴 했으나, 그때의 '독서'는 회피 수단이었을 뿐이었다. 그것도 아주 찰나-
남편의 도박문제로 단도박가족모임에 참석하고 나서 한동안은 분노에 차서 울고, 자기 연민에 빠져서 울고, 우울해서 울고, 계속 울고만 다녔다. 그러다 2018년 즈음이었나, 기시미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수 차례 여러 여사님들께서 회합시간에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며 책에 다시 눈을 뜨게 된 듯했다.
예전에는 '재미'와 '흥미'로 책을 읽었었다면, 이 시점부터는 책의 문장들이 내 삶을 관통하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떤 책은 나를 안아주고 위로해 주었고, 어떤 책은 같이 울어주었고, 어떤 책은 나를 호되게 야단을 치기도 했고, 어떤 책들은 감고 있던 내 눈을 뜨게도 해주었다. 이때부터 책 읽기, 독서는 내게 생존과 같았다.

 

그렇게 책을 읽어가던 중 2019년. 내 인생책을 만난다.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

그동안 이 책을 여러 번 읽었었다.
그리고 여러번 선물도 했다.
그리고 오늘도 펼쳐서 한 부분을 읽고 기록하고, 갬아넌 식구들 단톡방에도 글을 나누었다.

여러 대목들이 내게 날아오지만,
그중에 한 부분을 다시 옮겨서 기록으로 남긴다.

 
스님의 주례사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보살의 삶을 서원하면서 '정토회'를 설립한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 인간성 상실이 일탈을 넘어서는 현대인을 위해 '즉문즉설(卽問卽說)'로 대안적 삶을 이야기해온 저자가,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축복 같은 조언을 쏟아내고 있다. 결혼생활뿐 아니라, 사랑과 연애를 위한 지혜를 얻게 된다. 특히 아내와 남편이 서로를 속박하지 않으려면,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고, 같이 살아도 귀찮지 않을 때 결혼을 해야 함을 일깨우고
저자
법륜
출판
출판일
2010.09.13





214p. 무지, 만병의 근원

진리라는 거창한 게 아닙니다. 나와 상관없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에요. 지금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아는 게 바로 진리입니다.

~그런데 모르면서 아는 줄 착각할 때 문제가 생겨요. 자신이 아는줄 알면 묻지를 않거든요. 그래서 병이 생기는 거예요. 

무지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무지, 만병의 근원 



누구나 결혼할 때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고 결혼합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행복하기만 합니까? 행복하기는커녕 결혼이 불행의 원인이 되기 쉽습니다.

배우자가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웬수가 되기 쉽습니다. 자식을 낳았을 때도 그렇습니다. 내가 낳고 키운 자식은 공부도 잘하고 건강하고 말도 잘 듣고 그럴 줄 알았는데 실제로 키워 보면 어떻습니까? 반대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오히려 자식 때문에 온갖 괴로움을 겪어요. 그래서 자식도 웬수가 되곤 합니다.

좋아서 결혼했고, 좋아서 자식을 낳았는데, 왜 이것들이 불행의 원인이 될까요?

내가 누군가의 자식이 된 것은 내 선택이 아닙니다. 나도 모르게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어요. 이건 내 선택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결혼은 내가 선택한 것입니다.

중매로든 연애로든 결혼을 했다면 최종적으로 선택을 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에요. 자식을 낳은 것도 어떻게 하다 보니 낳았다 하더라도 결국 최종 결정은 내가 내린 겁니다. 이 두 가지에 대한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원한 건 이런 상황이 아니었을 거예요. 불행하기를 원한 건 아니었잖아요. 행복하기를 원해 고민 끝에 선택했는데, 결과는 오히려 불행을 가져오게 됐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을까?'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나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드니까 화살이 남편과 자식에게 돌아가는 겁니다.

'이 인간이 문제야, ' '자식 놈이 문제야.' 이러면서 남편을 탓하고 자식을 탓합니다.

'왜 하필 저 인간을 만났을까.'

설령 상대가 문제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을 선택한 내 책임이 있는 거잖아요? 이 책임도 지기 싫은 거예요.

자식의 경우 낳아서 키운 책임이 내게 있는데도 이 책임마저 안 지려다 보니 심지어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어쩌다 저런 인간이 내 뱃속에 들어왔나'

절에 다니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

이렇게 전생 타령을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에 책임을 회피하려는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전생도 내 문제 이긴 하지만 내가 모르는 일이거든요. 설령 내가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모르고 했으니까 진짜 내 책임은 아니라는 생각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기 생각에 사로잡히면 진실이 안 보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눈 있는 자, 와서 보라."

눈만 뜨면 다 알 수 있는 일이라는 거예요. 딱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모른다는 거예요. 왜일까요? 눈을 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벌건 대낮에 "어둡다. 불을 켜라." 이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눈을 감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불을 밝혀도 주위는 결코 밝아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괴롭다고, 복을 달라고 아우성을 치지만 결코 행복해질 수가 없어요. 왜일까요?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이에요.

무조건 복을 달라고만 해요. 복을 아무리 내려 줘도 복을 안 준다고 또 아우성을 쳐요. 알고 봤더니 바가지를 거꾸로 들고 있는 거예요. 이런 까닭에 복이 안 담기는 겁니다. 하루 종일 서서 복 달라고 빌어도 담기지 않는 거예요.

욕심도 많아서 큰 바가지를 가져왔는데 거꾸로 들고 있는 탓에 다 흘려버리는 겁니다. 이것을 <반야심경>에서는 '전도몽상'이라고 해요. 

'전도'란 마음이 뒤집어졌다, 생각이 거꾸로 됐다는 말이에요.

물고기가 낚시밥을 무는 것도 제 딴에는 잘했다고 한 일이죠? 결혼도 이와 비슷합니다.

결혼하면 좋을 줄 알고 했더니, 먹음직스러워 보여서 덥석 물었더니 쥐약을 먹은 거예요. 애 낳으면 좋을 줄 알고 낳았더니 이것도 괴로움이에요.

이것은 사주 탓도 아니고, 전생 탓도 아니고, 하느님 탓도 아니에요.

오직 나 자신이 무지했기 때문이에요. 내가 잘못 안 거예요. 없는 걸 있는 것처럼 착각했던 겁니다. 이것이 몽상, 즉 꿈속이에요.

강도에게 쫓기는 꿈을 꿀 때 쫓길 필요가 있어요? 없잖아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눈만 뜨면 돼요. 도망갈 이유가 없어요.

그런데 밤새도록 도망 다니잖아요. 비단 이불속에 누워서 밤새도록 괴롭다고 아우성치는데 그걸 누가 고쳐 줄 수 있겠어요? 밖에서 자고 있는 사람이 떨고 있으면 방안에 들여보내 주면 해결되지만, 비단 이불속에서 악몽을 꾸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도와줘요? 달리 방법이 없어요. 그저 스스로 눈을 뜨는 수밖에 없어요.

어떤 환영에 사로잡히거나 꿈속에서 도망 다니는 것처럼, 우리는 자기 생각에 갇힌 채 망상 속에서 삽니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아닌데 자기는 그렇다고 판단해 버리니까 자기 눈에는 이것이 진실인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이걸 허상, 착각이라고 말하는데, 꿈과 같다해서 '몽상'이라고도 해요.

진리라는 것이 거창한 게 아닙니다. 나와 상관없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에요. 지금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아는 게 바로 진리입니다.

잘못했을 때 '아, 내가 잘못했네' 하고 아는 게 진리입니다. 틀렸을 때 '아, 내가 틀렸네'하고 아는게 진리예요.

진리를 멀리서 찾을 게 아니에요. 사실을 사실대로 아는게 진리니까요. 어떤 것이든 사실을 사실대로 알면 아무런 병폐가 없습니다. 우리가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온갖 병폐가 생깁니다. 모르는 것을 모르는 줄 알면 문제 될 게 없습니다. 모르면 어떻게 하면 돼요? 물어서 알면 돼요. 길도 모르는 건 문제가 안됩니다. 물어서 알면 됩니다. 내가 모르는 줄 알면 항상 묻고 준비를 철저히 해서 찾아갑니다.

그런데 모르면서 아는 줄 착각할 때 문제가 생겨요. 자신이 아는 줄 알면 묻지를 않거든요. 그래서 병이 생기는 거예요. 

무지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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